따뜻한 봄에 보여줄 노견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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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에 보여줄 노견의 로맨스
조회290회   댓글0건   작성일1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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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노견 생활기

 

따뜻한 봄에 보여줄 노견의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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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봄

 

이뿌니의 어린 시절 친구들은 이제 몇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알고 지낸 지 십여 년 넘은 친구들 네 마리만이라도 한번 모여 보자 했는데 이놈의 노견들이 돌아가며 아팠다. 건강해지면 만나기로 약속했건만 결국 한 친구가 서둘러 떠나버렸다. 이별은 이제 익숙해진 단어가 되었다. 이별은 남의 일이 아니라 나에게도 아주 가까이에 와있음을 받아들이고 차근차근 나름대로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명랑한 노견은 아직 제집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어느 날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아슬아슬하다가도, 또 한동안은 끄떡없을 것 같은 생명력이 넘쳐흐르기도 한다. 이뿌니의 밀당에 눈물이 나다가도 쏙 들어가 버린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봄을 맞이해도, 마지막 여름이 될 것이라 예상해도, 언제나 또 한 번의 봄과 여름을 함께 보내주는 인심 후한 노견이 아닐 수 없다. 친구 하나를 잃었지만, 우리에게는 이렇게 또 새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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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눅 들지 말자 노견들아


이번 봄의 우선순위는 별이와의 데이트다. 별이는 어린 시절에 알게 되어 지금까지 가장 가까이에 남아있는 이뿌니의 첫 친구다. 이뿌니보다는 두 살이나 어린데 활력이나 사교성이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 평생 열등생인 이뿌니와는 데면데면하게 지내는 게 고작이었다. 십수 년 지나고 나니 세월에 장사 없다고 별이 역시 등이 굽고 기력이 쇠해 느릿느릿한 이뿌니와 속도가 엇비슷해졌다. 너도 이제 할머니가 되었구나? 나도 할아버지가 되었단다.
십여 년을 만나도 친한 줄 모르겠던 두 녀석이 얼굴을 마주하고 나란히 함께 걷기도 했다. 내 개가 늙는 만큼 남의 개도 늙고 있었다. 전력 질주하는 젊은 개들 사이에서 이뿌니는 기가 죽어 구석으로 향하고 별이 역시 오빠를 따라 자꾸만 구석으로 처박힌다. 저 둘이 무대의 정중앙에 서 있던 시절이 분명 있었는데 그때 의 서로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놀기 좋은 넓은 자리를 놔두고 구석 자리로만 가려는 노견들이 애처롭지만 그나마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 의지가 된다. 그만큼이나 이 둘의 모습을 오래 보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주눅 들지 말자 노견들아. 올봄에 도 관절염을 앓는 노견들끼리 봄 소풍 백 번쯤 나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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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아닌 자랑


얼마 전부터 이뿌니는 밖에 나가서 쉬를 하지 않는다. 지난해 췌장염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이후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건강치 못하거나 나이 든 개들이 흔히 그렇다고들 하는데, 약해진 자신의 건강 정보를 외부로 알리기 싫은 이유가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신부전이 있는 별이는 매일 수액을 맞기 때문에 보통의 개들보다 자주 쉬를 하는 편이다. 이런 두 노견을 데리고 멀리 바다를 다녀 온 적이 있었다. 별이가 열 번은 넘게 볼일을 볼 동안 이뿌니는 10시간째 단 한 방울의 쉬도 흘리지 않았다. 금방 소변을 본 별이는 또 쉬가 마렵다고 낑낑대고, 제발 좀 싸라 애걸해도 방광을 꽉 끌어 잠그고 있는 이뿌니는 요지부동이고, 노견들의 데이트는 쉬 한 번 누이는 일조차 평범하지 않다. 이뿌니의 노견 생활 초반에는 힘차게 계단을 뛰어오르고 가뿐히 달리는 개들을 보며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개들이 그 저 산책 중에 제 의지로 자유롭게 배변하는 것만 봐도 좋아 보인다. 그게 뭐라고 부러운지, 이뿌니와 관련해서 눈높이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 걸 느낀다. 하긴 숨만 쉬어줘도 감지덕지한 나이다.
반려견 운동장에 놀러 간 어떤 날엔 모처럼 한 곳에서 냄새를 한참 맡더니 스스로 쉬를 한 이뿌니가 기특해 나도 모르게 쉬했다고 자랑 아닌 자랑을 한 적도 있었 다. 서글프게도 이제 우리 그런 거로도 기뻐해야 하느 냐고 되묻던 별이 언니의 대답이 생각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기본적인 기능이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 만 해도 대단한 일임을 노견을 키우기 전엔 정말 몰랐다. 개가 늙으면 종일 팔자 좋게 잠만 자는 줄 알았는데 잠을 푹 자는 것은 물론이고, 쉬 한번 하기도, 밥을 잘 먹는 일도 결코 쉽지가 않다. 그러니 정말로 우리 기뻐 해야 하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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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봄은 더 설레어라


나는 이뿌니와 놀아주는 것만큼은 절대 뒤로 미루지 않았다. 그거 하나라도 잘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스스로를 쓰담 쓰담 해주고 싶다. 우리 정말 한세상 재미지게 실컷 놀았지 이뿌나?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갔고 해보고 싶은 것들은 거의 다 해봤다. 다행히도 이뿌니와의 세계 일주 같은 원대한 꿈을 꾸진 않았기에, 우리들의 소소한 위시리스트를 한 줄 씩 지워나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겨울 바다 여행, 벚꽃 구경, 한여름 바다 수영처럼 그 계절에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싱싱한 제철 채소를 먹는 일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충족 시켜줬다. 개와 함께하는 생활은 자꾸만 나를 밖으로 꺼내고 세상과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일임이 틀림없다.
이번 봄은 어쩐지 유독 설렌다. 노견들은 한 계절 한 계절이 다른데 이뿌니는 지난해 겨울을 통과했을 때 보다는 변화의 폭이 가파르지 않은 것 같다. 쌩쌩 하진 않지만 적어도 크게 아픈 곳은 없다. 반항할 기력이 약해진 틈을 타서 이 옷 저 옷 입혀보는 재미도 생기고, 불안한 관절을 보조해줄 미끄럼 방지용 발톱링도 끼울 수 있게 됐다. 겨우내 풍성해진 털들을 단정하게 잘라냈다. 우려했던 피부병도 잠잠하다. 모든 것이 화사한 봄날을 가리키고 있는 것만 같다. 다 같이 잘 될 것만 같아 기분이 좋다. 별이도 한약 효과로 다리 힘이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종일 쉬만 하는 별이(16세)와 밖에선 쉬 못하는 이뿌니(18세)가 따뜻한 봄에 보여줄 노견의 로맨스를 구경할 일만 남았다.

 

CREDIT
글·사진 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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